민서의 피크닉
거의 매주 가는 산책길이지만 오늘은 민서가 '피크닉'이라 이름을 붙였다.
연두색 바구니에
뜨거운 차를 담은 보온병에 빵 몇 조각,귤,가을이,봄이의 간식을 꼼꼼히도 챙겨넣었다.
아..개빗까지
일주일동안 갇혀있던 가을이,봄이..
오늘의 소풍에 침착 할 수가 없겠지.
그나마도 맘껏 풀어줄 수가 없으니 안타깝기만하다.
좋은 자리를 골라 엄마 아빠는 따뜻한 차를 마시고
민서는 가을이,봄이 간식을 챙겨준다.
봄이 한 입,가을이 한 입 공정하기도 하다.
오늘은 닭농장에 들러 계란도 사오기로 했는데 벌써 해가 넘어가려 한다.
너무 늦게 출발했나보다.
그곳에서 봤다는 고양이랑도 놀고 와야 하는데..
넓은 공간에서 키우는 닭들의 모습만 봐도 맘이 감사하다.
물론 식용으로 잡혀질 닭들이지만서도 사는동안 자유로이 거닐수 있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이렇게 방목하여 키우니 궂이 항생제 사료를 주지 않아도 되고
암탉과 수탉이 만나 계란을 낳으니 자연스레 유정란이 되는 것이다.
그 계란을 나눠 먹을 수 있음이 행복할 따름이다.
닭들에겐 미안하지만 자연의 법칙은 어쩔 수 없는 것..
채식주의자들이 들으면 뭐라 할라나?
앗..드디어 고양이 발견..
민서 영향인지 이젠 내 눈에도 고양이들이 이뻐보이기 시작한다.
민서가 준비해간 빵을 내밀어도 첨엔 경계하며 다가오지 않던 녀석들이 나중엔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다 발견한..
쥐들의 주검..
으아악...기절할뻔 했다.
민서는 쥐도 귀엽다고 이뻐하는데..
그 자연의 거스를수 없는 섭리를 어찌하리..
민서의 마음이 혼란스러워 시무룩해진다.
돌아오는 길은 꽤나 어둑어둑 길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선물할 계란 세판을 손에 들고..
다시는 저 농장에는 안가겠다는 민서..
상심이 컸던 모양이다.
서서히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게 되겠지..
자..
이제는 새들도 둥지로 날아드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