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안에 내리는 비
비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빗소리를 들으며 깨어난 아침은 평화롭다.
창문을 열고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기고서 눈을 감고 소리에 젖어본다..
오늘은 아이랑 조조영화를 보기로 했지..
늦어진 아침을 먹고서 우산을 쓰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자주달개비..
해마다 번져가는..
보랏빛 그 빛깔도,세 잎 꽃잎의 모양도 완전히 조화로운..
영화속 주인공 할머니의 아름다운 얼굴이 어른거린다..
우주 안의 한 생에서의 사랑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이련가
그래도 우리는 그 사랑에 온몸을 내던지기도 하고 정신을 불사르기도 하지 않는가..
이 단비에 꽃씨들이 목을 축일수 있으리라..
동자꽃이 제법 키를 올리고 있고 꽃양귀비도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다.
금잔화니 수레국화니 분꽃,패랭이..
되는대로 꽃씨들을 모아다 마당 한켠에 잔디를 걷어 내고 꽃밭을 만들었다.
마당에 나설 때마다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하는..
지금 마당은 한창 붓꽃의 계절이다.
꽃들은 피어날 때를 잘도 알고 있나보다.
제비꽃과 연산홍,철쭉이 한창이더니 이젠 울타리에 줄장미가 한두송이 고개를 내민다..
그들은 화를 내지 않는다.
나를 더 예쁘게 보아 달라고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저 고요히 피어나고 고요히 지는 것이다.
때를 맞추어..
민서의 나무..계수나무
꽃이 피어나진 않지만 잎이 하트를 그리며 어느 꽃보다도 아름다운..
우리 마당의 형님이다.
코끝에 모란향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순간 뚝 떨어져내려 마음이 서운한가 했더니
그 옆에 작약들이 여기저기 꽃송이를 열고 있다..
내 창가의 수수꽃다리..
봄 내내 향기를 전해주더니 이젠 제법 풍성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본다.
비에 젖은 노랑붓꽃의 색깔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젤 먼저 꽃소식을 알려줬던 돌단풍의 잎도 싱싱하다..
해마다 어김없이 이들이 피어나고 피어난다는 사실이 얼마나 굉장한 선물이련가..
고개 숙인 매발톱의 얼굴을 들여다 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창에서 내려다보니
모두 고개를 돌린 모양새다.
설마 부끄러운건 아니겠지..
그것은 우리 인간의 느낌인 것이다..
일찍 어둠이 찾아 오려나보다.
뒷밭에 부추랑 돌미나리,참나물을 뜯어다 부치미라도 부쳐봐야겠다..
온종일 듣는 빗소리는 질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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