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달팽이 이야기
거의 한 달이 넘게 우리집 저녁메뉴의 주인공은 상치쌈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상치부터 뜯으러 간다.
한바구니씩 따다보면 입에 침이 돈다.
자꾸자꾸 뜯어내도 며칠 만에 쑥쑥 자라는 상치가 고맙기도 하고 흙냄새도 푸근해서
상치 뜯는 그 순한 시간을 나는 좋아한다.
어떤 날은 아이도 같이 나와서 아이는 달팽이를 옮긴다.
상치 잎에 달려 있는 달팽이들을 풀잎 위로 옮겨 주는 것이다.
아이는 달팽이들의 구세주이다..
그들을 그리 옮겨 주었어도 상치를 씻다 보면 꼭 한두 마리씩 나오곤 하는데
하루는 유난히 커다란 달팽이가 눈에 띄어 아이를 부른다.
그러고보니 두마리이다.
서로 엉겨 붙어 있는 모습이 사랑의 모습이다.
마당으로 내주기 전에 아이가 장난을 친다.
볼에도 붙여 보고 손바닥에도 올려 놓아 보고..
그 모습이 너무 이뻐 카메라를 들이댄다.
저녁에 먹은 상치의 흔적이 아이의 이에도 아직 남아 있다.
달팽이의 저녁메뉴도 상치였지..
그들과 우리가 서로 나누어 먹은 셈이다.
기분 좋다..
달팽이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간지러운지 아이가 몸을 비튼다.
급기야는 코에 올려 놓았던 달팽이가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모두 악..소릴 지른다.
어서 살펴보니 너무나 다행히 껍질이 무사한 것 같다.
엄마..안되겠어.
마당에 내다 주고 올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의 눈가가 붉어진다.
엄마..내려 놓으려고 보니까 달팽이 껍질 한 쪽이 깨졌어..괜찮을까? 어떻게 해..
잘 울지 않는 녀석이 기어이 울음을 터트린다.
괜찮아,괜찮아..조금 깨진 거니까 맛있는거 많이 먹고 잘 나을거야..
가슴에 꼭 끌어 안고 토닥이다 보니 나도 같이 눈물이 난다..
그러게 장난 치지 말걸 그랬구나..엄마도 괜히 사진 찍는다 그러구..
달팽이한테 미안하다고 그랬어..꼭 살으라구..
그래..뭐라고 하디? 달팽이가..
몰라..모르겠어..
아이는 달팽이를 양귀비꽃 사이에 내려 놓았다 한다.
달팽이야..미안
꼭 네 집이 튼튼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