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시월나비 2008. 8. 25. 15:29

 

 

 

 

 

 

 

 

 

 

 

 

 

 

 

 

 

 

 

 

 

 

 

 

 

 

 

 

 

 

 

어느 집에 살 때건 해마다 여름이면 봉숭아꽃은 제자리를 찾아 피어나고 있었던것 같다.

그리고 내 기억이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끝까지 다 가보아도 거의 매 해 난 봉숭아 꽃물을 들이고 있었지..

엄지 발톱과 손가락 두 세 개..

진한 꽃잎과 잎을 따 조금 말려 백반을 넣어 찧은 꽃반죽을 손 톱 위에 올려 놓고

귀신을 막아 준다는 아주까리 잎으로 감싼 다음 명주실로 동여 매고 하룻밤을 자고 나면

꽃물이 들었다.

아무리 긴장을 하고 자도 꼭 이부자리에 핏자욱처럼 물이 들어 있어도 혼나지 않던 흔적..

이제는 아주까리 잎 대신 간편한 비닐로 감싼다.

40이 넘어도 이 행사는 엄마의 차지다.

그저 발가락과 손만 내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꽃물 드는 것도 여린 나이 순인지 항상 아이의 손톱이 제일 잘 들고 할머니 손톱은 연하기만 하다.

돋보기를 쓰시고서 꽃반죽을 올리는 엄마..

언젠가는 내가 아이의 손에 올려줘야 할 때가 오는 것이겠지.

 

흰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꽃물을 남기기 위해 안간 힘을 쓰며 손톱을 안깍던 소녀시절..

어떤 풋사랑에 가슴앓이 하였으리라.

이제는 부질없이 그저 풍습이려니 하면서도

꽃물에 바램을 가득 담아 본다.

첫 눈 올 때까지 남아 있어 소원이 이루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