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 보고픈 글과 시

필사적으로 -김사인

t시월나비 2008. 9. 27. 12:07

 

 

 

 

 

 

 

 

 

 

 

 

 

 

 

필사적으로

 

 

김사인

 

 

 

 

비 오고, 술은 오르고, 속은 메슥거려 식은땀 베고, 비는 오는데, 어디 마른 땅 한 귀퉁이 있다면

이 육신 벗어 던졌으면 좋겠는데, 어쩌자고 눈앞은 자꾸 아련해지나,양손에는 우산과 가방 하나씩 쥐고,

자꾸 까부라지려 하네. 비는 오고, 오는데, 몸뚱이는 젖은 창호지처럼 척척 늘어지는데,기억에도 희미한

옛 벗들 그림자, 환등(幻燈)과도 같이, 가슴에 예리한 칼금 긋고 지나가네.한 손에 우산, 또 한 손엔

내용불상(內容不詳)의 가방을 쥐고 필사적으로,달리 마땅한 폼이 없으므로 다만 필사적으로,신발에

물은 스미고, 신호는 영영 안 바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