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 보고픈 글과 시
집 _백무산
t시월나비
2009. 10. 27. 09:42
집
백무산
언제부터 집들을 짓고 살았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적당한 안팎의 경계를 긋고
기둥을 세우고 벽을 바르고 지붕을 이고
사는 일이 저마다 집을 짓는 일일까
몸이 하는 짓을 마음도 닮아
마음도 들어앉을 집을 짓는데도
재료와 구조는 다를 바 없다
말을 재목으로 삼아
막고 이고 가리고 세우고
자기합리화의 도구로 다듬어 엮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도 무너지는 집
사람의 일이란 모두 이렇게
집을 짓는 일과 닮아 있을까
집을 부숴본 사람 가출한 사람
쫓겨난 사람 집을 지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안다
산다는 건 자기 집 자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몸이 기거할 집이 없는 자들은 거지라 하고
마음이 상주할 집이 없는 사람은 정신이상자라 하지만
그런데 나는 저기 저 사람을 안다네
저 들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 같은 사람
안팎의 집을 다 허물고 더이상 집을 지을 일이 없는
한 그루 나무 같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