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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항로 - 허연

t시월나비 2010. 10. 2. 10:17

 

 

 

 

 

 

 

 

 

 

 

 

 

 

 

나비의 항로

 

허연

 

 



기억처럼 더러운 것은 없다
사막까지 따라오는.

아주 먼 길을 왔다 .

언젠가는 바다 밑이었다는 북구의 항구도시를 떠나
살 만큼 산 나비처럼
기류에 떨다
밀리고 밀려서 남쪽으로 왔다 .

사막,
쓰고 말한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는 곳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는 기적이
하루 종일 일어난다는

생전 처음 듣는 모래 바람 소리는
자꾸만 기억을 불렀다 .

혼자서 먼 길을 왔다.
사막에만 산다는 포아풀 더미와 섞여
기억이 따라서 굴러 왔다.

저항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

이 낯선 모래 무덤 위에도
그놈의 소금기, 소금기가 묻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