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밭

애도여행 4 - 강릉에서 태백으로

t시월나비 2015. 3. 2. 15:31

 

 

 

2015.1.15

 

 

 

 

 

 

 

 

태백으로 달려왔다.

동해를 거쳐 삼척을 지나왔던가?

묵호항, 옥계, 무릉계곡 익숙한 지명들을 만나니 예전 생각들이 속속 떠오른다.

강원도언니와의 기억들..

중고등학교때 한번씩 언니 집에 놀러 오면 그때도 어린 동생이 하도 바다타령하니

한적한 해안가를 같이 가주곤 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추암도 그 중 하나.

바다에 이르면 난 그저 하염없이 앉아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내 안의 소리..바다의 소리..그렇게 있다보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 들고 이따금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가슴을 비워냈다.

 

 

 

 

 

 

지나오다 환선굴, 만덕굴 이정표를 보니 동굴의 느낌이 확 다가온다.

속,폐부, 내밀함, 원시의 공간..

그러면서 폐쇄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도 일었지만 차를 돌려 접어 든다. 그 어디에고 출구는 있는 법..

그야말로 신선이 노닐법한 산세와 계곡들이 10키로미터 가까이 이어진다.

이슬비가 내려 운무까지 자욱히 다가드니 내가 속한 세상이 아닌듯한 낯선 느낌..

차도 한 대 지나가지 않는다.

동굴 입구 주차장에 이르니 사람이 속한 세상이다.

그러나 돌아 나온다.

모호한 '두려움'이 일었다.

그것을 모른척 아무렇지도 않은척 밀쳐 두려 하다가 결국 돌아나왔다.

이 역시 '다음'에게 넘기며, 그감정 또한 접어 둔다.

 

 

 

 

 

 

 

 

영월이 가까워지고 태백에 다다를즈음엔 비상등을 켤만한 안개가 도로를 점령해버렸다.

'무진기행'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낯선 도시에 대한 설렘도 일었다.

잊고 있었던 오래전 기억이 떠오른다.

소위 운동권 운운하던 그 시절..그 선배

비쩍 마른 왜소한 체구에 돋보기 수준의 뿔테 안경을 쓴 곱슬머리..그 사람.

검은 물, 검은공기를 마시며 나도 검어졌어..침을 뱉으면 검은 석탄 가루가 섞여 나오더라구..

그 말이, 그 사람이 멋져 보였다.

완전한 밑바닥을 맛본듯한 초연함 같은 것, 나는 맛보지 못한 그 바닥을 동경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내가 만난 오늘의 태백은 관광버스들의 주차장이다.

민박촌도 성수기요금 45000원을 적용하는 제 철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태백의 상품은 하얗고 새하얀 '눈'인 것이다.

 

 

 

 

 

 

 

 

태백시에 들어서며 황지연못을 찾았다.

낙동강의 발원지..그 너른 강의 시작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낙동강은 허만하의 시 낙동강에 서서..로 인해 특별해졌다.

얼핏 속초 영랑호같은 큰 호수를 그렸었나보다. 그 보잘것 없음에 깜짝 놀랬으니

실망스러웠으나 연못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었다.

저절로 민서가 떠오른다. 그래..모두 다 잘 되어지리라. 잘 흘러가리라.

본디 그 근원은 이렇게 작고 보잘것없이 시작된다는 진실,  이 세상에 하찮고 쓸모 없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깨달음이 다가온다.

그 끝은 낙동강이 되고 큰 바다가 될지어니..

 

 

 

 

 

 

 

 

 

 

월화수목..집이 걱정도 괴고 그립기도 하면서 홀로행이 자릴 잡아간다.

여행..

일상보다 몇 배나 더 순간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미처 느끼지 못했던 사물이나 감정들이 선명하게 다가와 모든 것이 다 소중하게 여겨지는 귀한 선물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