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어릴적부터 그렇게 수도 없이 걸음했던 북한산..
초등학교 소풍 때부터 결혼후 아이랑 상운사 절집에서의 잠을 경험해보기도 하고
최근까지도 가벼운 마음으로 찾던 이 산을
생애 처음 가보는 북한산인듯이 감탄하고 또 감탄하며 걸었다..
서울구경 처음 하러 나온 시골 아낙네처럼..
그곳을 사심없이 바라보게 이끌어주신 숲친구들께 깊이 감사를..
그리고 그날의 빗소리에게도..
꿩의다리
꽃잎도 필요없다고 버려버리고
수술과 암술이 그저 바람만을 오롯이 기다리고 서 있다..
개머루 잎들이 서로 모여 온통 수다를 떠는듯한..
뱀딸기가 이렇게도 유혹적이다.
그런데 맛은 정작 '맹맛'이다.
어떤 아름다운 이는 이슬의 맛이라 했다.
모든 사물은 내가 가진만큼만 보인다..
파리풀
줄기를 만져보라고 한다.
마디 바로 윗 부분이 문득 굵어진다..알 것 같다.
고욤나무
하..이쁘게도 조로록 얼굴을 내민다.
고욤의 단맛을 얻기 위해선
한 순간의 감동과 더불어 십여개의 씨앗을 가려내는 신중함이 있어야한다.
비 올 바람에 살구가 두두둑 떨어져내린다.
아..살구가 이렇게나 향기로운 맛이었던가?
노린재나무
열매 모양이 일정치않고 제각각 자유로움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조화롭다.
노린재 열매와의 만남이 마음의 행운이다.
가래나무
긴꼬리부전나비가 좋아하는 나무..ㅎ
네군도단풍
실같이 늘어지는 수꽃차례가 독특하다고..
내년을 기대해본다.
네군도단풍 씨앗
곤충의 날개같다..
오래된 튤립나무가 서있다.
뭔가 맞지 않는지 한 쪽은 생장을 멈췄다.
아직 한 두송이 꽃이 남아 있다.
꽃모양이 백합과 비슷하다고 백합나무라고도 한다.
미국미역취
유난히 노랗다.
왜 미국..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애들은 모두 크고 번식도 왕성한 것인지..
도깨비부채처럼 보이나요?
고욤인지 감인지 모르겠으나
여하간 보석같다..
우산나물이 꽃을 피웠다.
하늘소일지 사슴벌레일지..애벌레 아가들이 열심히도 갉아낸 흔적들..
거미고사리
그 이름도 생소한..
긴 잎이 늘어진 곳에서 다시 뿌리를 내린다고..
얘가 거미집군락처럼 보이는건가?
쪽동백나뭇잎을 정말 꼼꼼하게도 바느질해놨다.
어느 잎벌레의 아가가 들어있거나 이미 어른이 되어 나갔거나..
그 애씀의 흔적이 아름답다.
아..북한산에서 회목나무를 만날 줄이야..
이미 열매를 맺고 있는..
북한산을 가야 할 이유들이 너무나도 많아진다.
참꿩의다리..
수술 색깔이 희지 않고 자줏빛이 나는구나..
제비쑥
쑥 종류도 어떻게나 많은지..
알아보는 눈이 신기하기만하다.
땅비싸리
수줍게 여린 빛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
산해박
꽃잎을 열기 직전..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바위채송화
돌나물이랑 참 많이도 닮았다.
미역줄나무꽃이 절정이다.
요즘 많이 보여지는 딱총나무 열매..
내가 봐도 먹음직스럽다.
쥐손이풀..
딱 한 송이 피어 더 돋보인다.
서로 다른 소원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애틋하다..
다시 개머루..
얘는 잎의 결각도 더 깊고
색의 옅고 짙음이 서로 잘도 어울린다.
함께 하는 숲친구들..
여기 귀룽나무가 꽃을 피울 무렵엔 황홀하겠다.
개여뀌
붉은 꽃들의 손짓을 그려본다.
이쁘다..
산딸나무가 드리워진..
드디어 비가 내리고..
소리의 물결에 젖는다.
비를 맞는 고마리의 모습이 활기차다.
비가 숲을 연주한다..
그 각각의 소리들이 어울림을 노래한다..
귀룽나무 열매들도 비를 맞이한다.
검게 깊어져갈거라고..
나도 그들의 대화를 듣는다.
바라본다..책을 읽듯이
쏟아지는 비에 카메라는 넣어졌으나
사진에 담지 못한 빗소리는
마음 속 한 칸을 여즉 차지하고 있다.
2016.6.22 북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