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시월나비 2016. 8. 14. 15:43











나비..


오랜 예로부터 복잡한 현대에 이르기까지 나비는 인간들에게 꿈과 동경을 품게 하는 아름다운 대상이 되어오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황홀한 색색의 날개들과 문양, 그 날갯짓에 담긴 욕심 없는 가벼움과 자유로움에서 기인하는게 아닌가싶다.


무엇보다 먹이를 축적하지 않는 그네들의 본능적 순수가 우리 욕심 많은 인간의 영혼을 은연중 끌어당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비들이야말로 한순간 순간을 오롯이 가장 잘 누리고 있는 존재일 수 있겠다.


그네들은 알,애벌레,번데기,나비의 과정을 겪어내며 집착에서 벗어나는 법을 깨달아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그러나 일반적으로 나비를 떠올리며 알이니,애벌레니,번데기니 그 과정까지를 그려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곱고 화려한 날개를 단 것들만이 나비들인마냥...


아직 꽃을 피우지않은 장미도 어김없이 장미이듯이, 아직 날개를 달지 않은 알과 애벌레도 나비인 것이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을 겨울나비들을 찾아나서보았다.


알의 상태로 겨울을 나는 나비들, 애벌레 상태,번데기 상태,성충의 상태로 겨울을 나는등, 그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영월이나 해산령,제천 등지는 소위 나비하는 사람들에겐 성지와 같은 곳이다.


그중 독특한 석회암지형으로 인하여 그곳만의 생태를 이루고 있는 영월을 찾았다.


수없이 펼쳐진 키작은 느릅나무들을 보니 그 아래 낙엽 속에서 겨울을 나고 있을 밤오색나비애벌레들 생각에 전율이 인다.


또 느릅나무 줄기위에서는 마지막 잎새처럼 실을 토해내 고정시켜 그 잎에서 몸을 누이고 새봄을 기다리는 애벌레를 발견한다.


물푸레나무 줄기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붉은띠귤빛빛부전나비알들을 만나기도 하며,


나름 최선을 다해 먹이식물의 안전한 곳에 어린 알들을 낳아논 어미나비의 간절한 마음을 떠올려보며 경외감을 느껴본다.


어느 복숭아나무 줄기사이에서는 벚나무까마귀부전나비알들이 복숭아꽃이 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생명은 참으로 다양한 모습들로 저마다 모두 아름답다.


그네들을 찾고 만나며 문득 생각이 찾아든다.


나는 그네들이 천적으로부터 무사하기만 하면 누구보다도 가장 아름다운 날개로 태어날거라는걸 이미 알고 있으나


정작 알들은,애벌레들은 자신들이 머잖아 그 아름다운 날개의 주인공이 될거라는걸 알고 있는 것일까?


그걸 알기에 그 힘든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것일까?


지금 각자의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이윽고 어른나비가 되고나서야 지나온 과정들을 깨닫게 되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흐르다 문득 내 자신을,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현재 내 모습은 알의 상태일까,애벌레의 상태일까, 끊임없는 사유의 늪에 빠져든다.


나비들이 내게 던져준 물음,나는 누구인가?


어쩌면 알의 상태인지도,어쩌면 이미 나비인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끊임 없는 질문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겠다.


나비도,사람도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순환싸이클을 가진 거대한 흐름 속의 존귀한 생명들인 것이다.


지난 겨울에 만난 어린 알들과 애벌레들이 무사히 살아나 가장 멋진 나비로 날고 있기를 바래본다.





2016.봄.여름 숲에서 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