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려면 불라지요 비가 오려면 오라지요 천둥이 치려면 치라지요 저 흑빛 겨울죽음 속에서도
내 기어이 살아났거늘 그까짓 외로움쯤이야 그러나 길가에 밟히는 이름 없는 들풀이라고 수군거리지는 마시오 내
이래 뵈도 가난으로 이골난 서러운 세월일랑 거북처럼 등에 지고 분연히 여기까지 걸어왔느니 비록 화려한 꽃은
못되더라도 이렇듯 어렵사리 씨 맺음 다 하였으니 이제는 낙엽이 진들, 스러진들 아쉬울 게 또 무엇이랴 성공한 인생이
별것이드냐 아! 나는 들풀이려오 그리움 먹고사는 들풀이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