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시월나비 2007. 1. 4. 09:56

 

 

 

密着

 

권현영

 

 

 

한 때 나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숨죽여 울곤 했다

서둘러 폭삭 늙어버리고 싶었다

슬픔도 폭삭 늙어버릴 줄 알았다

 

까무룩 혼절할 듯 높이 나는 새를 향해

셔터를 누르자 해가 툭 떨어진다

사라진 비행기처럼 잔해조차 없다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다

한꺼번에 검어진 섬의 숲을 찍고

그는 카메라 렌즈를 옆으로 돌리며 마음이

어두워서 그런지 검은 풍경이 좋다고 말한다

어둠 속 그의 숲은 열대림처럼 아직 뜨거워 보였다

 

그래, 나 또한 갑자기 늙어버린

풍경이 좋다.어둠이 좋다

누구와도 농도 백프로 밀착될 순 없어

누구와도 뼛속까지 하나일 순 없어

골수까지 차오르는 어둠이나

저 검은 광대무변에나

맡길 곳 없는 나를 의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