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월 봄이
엄마..오늘 봄이가 죽었어요.
18살..사람으로 치자면 백살이 넘은 나이이지요.
3년 전 엄마가 가시기 전..엎드려있는 봄이를 보며 엄마는 때로 긴장하며 날 부르곤 했었지요.
봄이가 이상하다고..
어쩌면 엄마는 그무렵 죽음의 그림자를 그렇게 은연중 느낀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엄마 가시고 나서도 봄이는 3년 가까이 더 살았군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봄이는 정말 치매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잘 먹었어요.
날렵했던 몸매는 너무나 측은하게도 흐트러져 등이 휘고 배가 늘어지고..
산책을 할 때는 다리를 절룩이기까지 했어요.
그러더니 며칠 전부터 먹이를 남기는거예요.
죽을 해주거나 돼지뼈국에 밥을 말아주면 좀 먹구요.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알 수 있었지요.
모두 긴장 상태였어요.
엊저녁엔 집에서 나오진 않았어도 낯선 사람에게 컹 짖기도 했는데..
오늘 아침..언제나 움츠려 있던 몸이 가지런히 펴져 있는거예요.
눈은 반쯤 뜨인 상태로..
봄아..봄아..서서방이 불러도 일어서지도 않고..
얼굴은 더없이 평온해보였어요.
눈을 감겨 주었는데 몸이 이미 딱딱히 굳어 있었어요.
슬픈건지..뭔지 모를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봄아..잘가..
그냥 미안했어요..한없이..
어릴 적 서너달 외엔 평생을 목줄에 묶여 있다 이제서야 놓아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입춘이 지났는데 봄이 역시 봄의 기운을 감당해내기가 힘들었던 모양이예요.
봄에 우리에게 와서 봄이 곧 눈앞인데..입춘이 지났다고 봄에 갔군요..봄이가..
땅이 꽁꽁 얼어붙어서 서서방이랑 온종일 불을 지펴 언땅을 녹여가며 봄이를 누일 구덩이를 팠어요.
그 위엔 닥풀꽃 씨앗을 뿌리고요.
닥풀은 여름이 지나가는 시기에 피는 꽃이지만 꽃이 피어나면 우린 봄이 이야기를 하겠지요.
18년 동안 함께 했던 우리 봄이 이야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