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민서가 처음으로 친구와 온밤을 함께 한 날..

크리스마스 이브

집 안에 있는 초들을 모두 꺼내 촛불잔치를 벌였다.

제 몸을 태워 빛을 내는 초와 새 생명으로 태어나시는 아기예수와는 참 어울리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서가 엄마에게 향꽃이를 만들어 선물했기 때문에 가장 좋은 침향을 함께 태웠다.

예수님 생일에 주인공이 산타가 되어 야단법석 떠는거같아

나름대로 그 밤을 성스러이 보내고자 작은 의미나마 갖고자 하나의 이벤트가 있었다.

버리기 게임..

지금 현재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10가지 정도 적어보자..진지하게

사람이나 물건이어도 좋고 단어든 문장이든 뭐라도 괜찮다고..

좋은걸 적는 속도는 꽤나 빨랐다.

그 다음..

그중에서 하나를 꼭 버려야 한다면..

그래..미안하지만 버려보자..하나 더 그리고 또 마지막 하나가 될때까지..

좋아하는 것들이 세개쯤 남았을때는 모두 끙끙대더니 민서는 급기야는 이런거 안하겠단다.

왜 이런 게임을 해야하냐고..난 안해..못버려..

그냥 게임이라 생각하고 엄마가 이끄는대로 한번 끝까지 해보자..

마지막 하나..

결국엔 가족들이 남아있었겠지..

내게는 민서..

민서에겐 할머니..그 두번째가 엄마 아빠였다.

몹시 놀라웠지만 자연스레 내색하지 않았다.

왜 할머니냐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난 할머니가 안계셨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거 같아.

엄마 아빠는 일하러 나가 버리고 나만 있으면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

기특하기도 하면서 고맙기도 하면서 왠지 한구석이 섭섭한 철딱서니없는 엄마..

그래..지금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뭔지 알았으니 그 소중한 것을 위해 마음을 다해야 하고 행동도 해야 하는거야..알았지?

우리가 내년 성탄에도 또 이렇게 만날 수 있다면 그때도 우리 이 게임을 해보자.

소중한 것이 그대로일 수도 있고 달라질 수도 있겠지..

오늘 이 종이를 잘 간직해 두자꾸나..

그 밤은 이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친구와 처음 잠을 자보는 민서도 흥분해서인지 새벽 세시까지 잠을 못이루었다.

이쁘고 사랑스러운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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