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내 마음의 창(窓)가에 서서
박화목
그대 내 마음의 창(窓)가에 서서
황혼(黃昏)의 그늘 같은 고요한
미소(微笑)를 머금고 날 바라보고 있네.
어서 들어오라는 정열(情熱)의 손짓에도
나의 애 타는 안타까운 표시(表示)에도
그대는 창가에 서서 미소(微笑)할 뿐이네.
이제 구월(九月)의 밤하늘에 흰 달이 돋아오고
유달리 반짝이며 선회하는 인공위성(人工衛星)과 함께
기러기들이 날아올 테지만,
그대는 흘러간 세월(歲月)과 같은 것.
자꾸만 식어 가는 싸늘한 그대의 입김을
내 마지막 사랑을 노래하여 덥힐 수 있으랴.
아, 그러나 지금은 가을이 오고, 황혼(黃昏)이 내리고
고독(孤獨)한 내 마음의 창(窓)가에 그대는 서서
고요한 미소(微笑)를 머금고 날 바라볼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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