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장단지

 

 

항아리에 된장,간장이 수월찮게 남았는데

엄마는 올들어 유난스레 콩농사에 지성이다

 

장은 오래 묵힐수록 맑은 단맛이 나오는거여

내년엔 어떨능가 모르는데

할 수 있을 때꺼정 해놔야지

그래야 나 없을 때도 꺼내 먹을 수 있지

 

눈물이 핑 돌며 항아리가 숨을 쉰다

숨을 들이고 내 쉴 때마다 허리가 울룩불룩

영락없는 엄마의 모양새다

 

주름진 여든의 풍상이 우러나와

맑아질수록 깊어가는 엄마의 장단지

해 뜨고 달 기울며 구름 흐르는,

 

장독소래기 우로

흰나비 날개짓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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