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땅에 묻어둔 김장독도 씻어내고 몇 개 달린 감도 따내고 하느라 모두 나와 있었다.

새들은 그새 꽤나 자라 있었다.

형부가 산비둘기 같다고 하신다.

그런데 구구구구..소리는 듣지 못한거같다.

너무 어려 아직 소릴 못내는건가?

푸드드득..파라락..

오늘따라 유난히 더 날개짓이 잦다.

어? 와..이것봐..둥지에서 나와서 가지로 나앉았어.이제 날으려나봐..

과연..지붕 위로 한번 파다닥 날더니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제는 알겠다는듯이 능숙히 지붕 너머로 날아가는 아기새..

고양이나 뱀한테 안다치고 저렇게 자라 날아가니 정말 다행이라고 엄마도 좋아라 하신다.

우리 모두 목을 빼고 살펴보느라 여념이 없다.

혼자 남은 한마리는 아직 날지 못한다.

먼저 떠난 녀석보다 조금 미숙한가보다.

아님 우리가 너무 올려다보고 있어서 그러나?

저녁 무렵이 되어도 아직이다.

어미새가 이젠 먹이도 안가져다 주는거 같은데..

엄마..우리 식빵을 올려줄까?

글쎄..그래 한번 줘보자..

기다란 집게로 식빵을 둥지로 올리는 그 순간 아기새는 위험에서 벗어나려는듯이 황급히 날아 올랐다.

그렇게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렸다.

내 잘못이야..야생의 것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그대로 둬야 하는건데..

우리에게 나쁜 기억을 가지고 간거면 어쩌지?

그래..안타깝다.짧은 소치다.

아기들아..

높이높이 멀리멀리 날아가 넓은 세상을 느끼려무나.

너희도 아름다운 짝을 만나 너희들의 엄마처럼 안전하고 편안한 둥지를 만들려무나..

그리고..그리고..

이 집 이 소나무도 한번쯤은 기억해다오..

언제고 다시 돌아온다면 우린 정말 대환영이다.

그땐 반가워도 기뻐도 안본척 모른척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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