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면에서 나는 죽었다.

지긋지긋한 자의식, 넘쳐나는 감수성, 오만함, 관념주의 이런 것들이

청년기에 찾아들어 때가 되었는데도 가지 않는 손님처럼 그대로 계속 머물렀지만,

그것들은 결국 수면제로 인한 혼수상태를 살아 넘기지는 못했다.

젊은이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나 역시 교만하고 방어적이었으며,

존재하지 않는 열정과 알지도 못하는 죄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살을 기도한 후 나는 완전한 정지 상태에서 사흘간 누워 있었다.

깨어난 뒤에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덜 논리적이고 덜 낙관적이고

덜 상처받기 쉬운 생활 방식이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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