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빗소리가 뇌속을 저벅저벅 걷는 듯한 느낌으로

 

어설프게 잠이 들었는데

 

그 세찬 바람소리에

 

마음이 깨버리고말았다.

 

몸을 모로 누인 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그 소리의 세기를 가늠해보며

 

나무들이

 

고만 꺾여져나가진 않을까

 

꿈인양 불안해하며

 

또다시 설핏 잠이 들었나본데

 

바람이 급기야는

 

내 내장까지 훑어 지나가는 바람에

 

두려운 남짓

 

누구라고 부르지도 못할 당신께

 

바람을 재워 주세요..바람을 재워 주세요..

 

간절히 기도처럼 웅얼거렸던가보다

 

아침이 다가올수록

 

조금 조금씩 잦아드는 바깥 소리에

 

안도의 이불깃을 잡아당기다

 

힘겨이 몸을 일으켰다

 

살아 있던 나는

 

다시 살아 있었고

 

작년부터 싹을 내지 않던 계수나무는

 

기어이 몸을 눕혀 놓았다

 

간밤의 그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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