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전화 / 서민서(17)
그 가지런한 목소리 앞에서
나는
가장 단호하고
가장 무례하고
가장 냉정하고
가장 예의없이
수화기가 부서져라
호두 껍질 깨듯
딱! 소리가 경쾌하게
약간의 즐거움마저 느끼며
안녕하냐고 채 묻기도 전에
전화를 끊는다.
그런데
오늘은,
시계소리 유난히 큰
오늘은,
까마귀 한 마리
전기줄에 혼자 앉아 있는
오늘은,
어쩐지 그 목소리가
서럽게 들려서
전화가 끊어질 때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