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7
울진..아무 정보도 없다..
바다를 만나기로 한다.
덕구온천에서 한시간 이내인 죽변항을 선택한다.
맑은 햇살이 항구를 살아 넘치게 한다.
빛과 바람의 각도에 따라 움직이는 바다가 그 빛깔을 시시각각 달리 보여 준다.
모여선 배들과 짧은 간격으로 어딘가로 떠나가는 배들은 온통 술렁술렁거리고..
갈매기, 뱃사람들, 여행자..저마다 제 몫의 움직임을 가진다.
해안가에 죽 늘어선 도시의 풍경이
아직 가보지 못한 나폴리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여느 항구도시에 비해 유난히 깔끔해 보이는 것은 그날의 햇살과 바람 때문이리라..
폭풍속으로..드라마 세트장..
만들어진 세트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지만
그래도 주변 자연은 멋지지 않을까 싶어 찾아가 본다.
파도 위 언덕 끝자락에 자리한 자그마한 교회 십자탑과 어부의 집..
아래로 펼쳐진 꿈틀대는 바다의 넓이, 그 짙은 코발트블루 위에서
파도는 쉴새없이 하얗게 하얗게 소리치며 흩어진다..사라진다..
대나무로 빼곡히 길을 낸 용의 꿈길을 걸어내려가니
파도는 더욱더 소릴 지르고
태양은 더할나위 없이 찬란하고
갈매기의 날개짓과
거대한 생물덩어리인 바다는
그 모두와 한몸인것 같다.
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한 뱃사람의 등이
마치 내마음인것만 같다.
울음이 올라온다.
그러나 이 슬픔은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감이다.
아무리 셔터를 눌러도 그 바닷빛의 소리는 말하여지지 않는다.
발걸음이 되돌려지질 않는다.
파도가 끝없이 하트를 만들어내는 이곳에서
하룻밤 묵을까 싶다가 또다시 '다음'을 꺼내든다.
그때는 아이와 남편과 함께 이 풍경을 바라보리라..
바닷가마을 집집마다엔 옥상이며 마당가에 오징어가 널려져 있다..
해풍과 맑은 태양빛에 오징어는 말라가며
저마다 집집마다의 이야기들을 나름 담아내겠지..
오징어맛이 새롭게 다가온다..
후포항..꽤 달렸다..
커피 간판이 보이니
남편이 로스팅해주는 커피맛이 그립다.
창 밖 해송길엔 강아지와 산책하는 할머니, 어린 연인들의 움직임이
모두 느릿느릿 평화롭다.
이 바다는 어찌 저리 담담한 것인가..
아니 파도의 소리보다 어쩌면 더 큰소리로 말하는 바다인지도..
그러나 좀전의 폭풍속으로와는 전혀 다른 빛깔의 언어, 다른 나라, 다른 날이다.
윤슬의 바다..
끝도 없이 맘을 사로잡는 빛의 일렁임..
후포항은 온통 대게집이다.
2월초쯤 대게축제기간이고 지금은 홍게가 한창이다.
제철 홍게에서는 특유의 향이 난다.
게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택배를 부친다.
봄이 되면서 엄마랑 꽃게 한번 사러 가야지..내내 그랬다.
게를 좋아하는 우리를 위해 엄마는 물좋은 게만 보이면 꼭 사오곤 했다.
언젠가 영천시장에서 사 온 게가 제일 맛있었다고 두고두고 서로 이야기하곤 했다.
이제 엄마는 없다..
갈매기 걸음을 따라 발자욱을 내본다.
눈물이 핑돈다..
이제 서둘러 달려야 한다.
감포에 가서 감은사지3층석탑을 만나고
통영에서 밤을 맞이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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