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악산은 달빛이 아름다운 영험한 산이라고 한다.
솔잎과 어우러진 그 밤의 빛을 그려보게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철계단을 참아낼 수 있었던건
올라서면 바라보이는 이 풍경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죽은듯한 모습에서도 새봄은 기적처럼 싹을 틔워내겠지..

바람은 자꾸만 한쪽으로 불어 올라와
그에게 말하라고..말 하라고 한다..
나는 그에게서 어떤 소리를 읽는가..

드디어
신령스러운 봉우리.. 영봉에 이르렀다..

함께 한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강하면서도 섬세한..

다시 영봉을 지나 중봉 하봉을 향한다..
가파름의 연속이다..

그 얼마나 넓은 품자락인가..

벼랑끝 그네와 같은 개박달나무로 추정해본다..
그에 비하면 얼마나 안락한 자리인가..

처음 월악을 올라 이 정도 날씨에 조망을 만나는건
복받은 일이라 한다..
얼결에 복을 받는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능선길을 걸을 수 있음이
내게 주어진 큰 복이리라..

중봉을 가기 위한 내리막길..
아이젠과 스틱도 소용없이 발을 내딛을 수 없을듯
가파르고 미끄럽다.
여기서 엎어졌나보다..
다행히 카메라후드가 먼저 눈에 쳐박혔다..ㅎ

중봉전망대에서 바라본 충주호..
가시지 않은 뿌염이 아쉬우나
이만해도 충분히 감동이다..

소나무 수피에
시간이 자기만의 꽃을 피워놓았다..

소나무를 빼놓고 월악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아..사다리같은 철계단은 끝도 없다..

이제 2.5키로가 얼마나 많이 걸어야하는지 알게 된다..

한 발 한 발..오금이 저려하며
옆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며 허공을 걸었다..
걸어와 뒤돌아보며 비명을 내지른다.
미쳤어..미쳤어..
저길 어떻게 내려온거지? 내가?

가슴 벌떡이며 둘러보니
산은 그 품자락으로
인간의 마을들을 소리 없이 품어주고 있다..

영봉 중봉 하봉을
살아돌아가기 위해 한걸음씩 정성을 다해 걸었다.
마치 숨을 쉬듯..

충주호가 더 가까워졌다..
이젠 보덕암쪽으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스스로를 대견해할 시간이 없다.
내려오는 길이 너무 지체되었다. 나 때문에..
주책 없는 카메라도 집어 넣고 오로지 걷는 일에 전념한다..

보덕암, 보덕굴을 지나 큰나무, 어린 나무 어우러진 긴 숲을 꽤 길게 걸어나왔다.
도로가 보인다..
내려섰다..

멀리 뒤편에 내가 걸은 봉우리들이 보인다..
그 속에 있던 나는 마치 다른 사람 같은 느낌..
출발 전의 마음의 아픔 따위는 저절로 아물어버렸다..
원초적인 두려움을 견뎌내고나니
치유의 힘이 생겨나 있더라는..
두려움을 버텨내고나니 내가 좀 더 커져 있더라는..
그래서..
다시 찾고 싶은 월악산..그 숲
다시 만나고싶은 벼랑끝 개박달나무..
2016.3.3 월악산